몸의 철학-몸문화연구소
⊙"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인 질문, '나는 무엇인가?'를 묻는 정체성의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다. 몸을 정의하고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삶의 결과나 삶의 스타일 또한 달라지기 마련이다.
⊙서양의 철학적 전통은 로고스중심주의적이었다. 인간은 불변과 불변을 추구하는 존재로서 정의되었다. 문제는 인간의 몸이었다. 생로병사의 운명과 식욕와 성욕이라는 본능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몸은 경멸의 대상이자 몸의 구속으로부터 해방된 삶을 최고의 삶으로 생각했다.
⊙20세기에 등장한 현상학과 실존주의는 무시되었던 몸을 다시 철학적 논의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불변과 불멸이라는 철학적 이상은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점차 자리 잡았다. 이때 몸은 성적인 몸, 욕망과 충동의 몸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적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화의 과정을 거치며 구성되는 몸이다.
⊙이 책은 몸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역사를 담고 있다.
-1장은 몸을 지극히 경멸했던 플라톤에 대한 것이다. 그는 몸을 영혼처럼 변치 않는 실재가 아니라 변덕스럽게 변하는 허상으로 이해했다. 영혼은 매어 있던 몸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가 있다.
-2장은 데카르트의 신체론이다. 그는 정신과 몸이 개별적인 실체로서 독립해서 존재한다고 주장한 심신이원론자이다. 그는 몸을 기계적으로 이해하고 물리적으로 완벽하게 설명될 수 있다고 말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이 데카르트에 대한 잘못된 오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데카르트는 몸을 가진 정신, 즉 몸과 정신의 통합성을 강조한 철학자로 재해석한다.
-3장은 스피노자 철학이다. 그는 육체를 폄하하고 정신을 숭배한 서양철학의 전통을 거부하고, 양자는 동일한 실재에 대한 상이한 표현이라는 평행론을 제시했다. 인간은 정신과 육체로 분할 불가능한 통합적 존재이지만, 관점에 따라서 정신의 양상이나 몸의 양상으로 보인다.
-4장은 메를로-퐁티의 몸철학이다. 그는 언어로 포섭되지 않는 몸의 이중성과 애매모호함을 강조했다. 몸은 정신에 지배당하는 수동적 물질이 아니라 능동적 지각을 통해서 의미의 세계를 구성한다. 몸은 의식보다 근본적인 것으로서 우리는 몸 된 경험을 통해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타인과 세게를 발견할 수 있다.
-5장은 푸코의 이론인데, 중심 주제는 권력이 아니라 주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작한다. 푸코가 거부한 것은 근대의 자율적 주체관이지 주체 자체가 아니었다. 그는 주체 구성에서 몸의 물질성을 중시하였다. 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구성되지 않고 스스로를 자율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몸의 윤리다.
-6장은 철학자 들뢰즈와 과타리의 몸에 대한 이론이다. 몸은 실체나 종이 아니라 역량과 구조, 정동과 속도라는 상보적 이중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저자는 생성으로서 몸의 성격에 천착하였다.
-7장은 프랑스 페미니스트 철학자 이리가레의 몸에 대한 이론이다. 그녀는 프로이트가 제시한 남근중심적이며 가부장적인 정신분석과 해부학의 허구성을 폭로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이 글의 중심 관심사는 여성 성기에 대한 해부학의 재해석에 있다. 이리가레의 음순 형태론에 따르면 여성의 성은 하나로 환원되지 않는 복수성을 본질로 한다.
-8장의 저자는 도나 애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을 다룬다. 사이보그는 생물학 결정론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자연을 발회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몸은 기술적, 의학적 통제가 실패할 때 그 물질성을 드러낸다고 주장한다.